Page 121 - 제주미술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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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020 제주미술제  ‘동인의 창립과 모색’




            INTERVIEW






            김수범 작가





            일시  2020. 09. 21     장소  김수범 작가 작업실     대담자  이종후, 윤기혁

































            이종후:    보롬코지는 제주 최초의 민중미술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창립멤버로서 당시 분위기와 창립 전 후에 주요 전시가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수범:    1980년대니까요. 80년대 분위기를 먼저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대부분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
                    출신이었고 ‘열심히 해 보자’, ‘새로운 것을 해 보자’라는 욕구들이 강할 때였죠. 80년대 시대적 분위기가 제주도까지
                    영향을 미친거죠.
                      문화 쪽을 보자면 수눌음의 영향이 제일 컸어요. 문학과 연극 쪽에서 불어온 민중 문화에 대한 열기가 실제로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제가 수눌음 마당극에서 몸을 쓰는 역할을 하다 보니 그쪽 정서를 먼저 받아들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미술로도 사회적인 발언을 해야 된다', '표현해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경향을
                    가진 선후배끼리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개개인이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를 통해 영향도 받았어요.
                      그러면서 서울의 민중미술 운동 분위기를 나름 감지했어요. 우리는 80년대 초반 학번인데, 열심히 하는 학생들 몇몇이
                    3인전, 4인전, 동인전들을 합니다. 물론 그 전에도 열심히 하는 선배들은 동인 전시를 했었죠.
                      그때 전시 공간이라고 하면 다방 공간이 많았었는데, 다방 공간을 포함한 동인 공간이 문화의 본거지이자 아지트로서
                    큰 역할을 합니다. 평상시에는 음악 다방처럼 운영되고 전시 공간도 되었다가 공연할 때는 마당극 공연도 하는
                    공간으로 활용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전시의 첫 시작은 <이 땅의 소리전>(1983)에서부터 였을 겁니다. 문학하고 그림하고 시화같은
                    것들인데, 저랑 부양식 작가 등이 그림을 그렸고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말하는 시인들이 함께 동인의 첫 전시를
                    하게 됩니다. 당시 80년대 초반은 불심검문 시대고, 자칫 잘못하면 아무때나 경찰이 들이닥쳐서 불온서적을 압수해
                    가던 그런 시절이었으니 다들 은근히 겁이 났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이야기를 시작한 게 <이 땅의 소리전>
                    입니다.
                      결정적인 건 아마도 <민족해방과 민족통일 큰 그림 잔치> 순회전 할 때 그림을 빼앗긴 사건인 것 같습니다.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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