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제주미술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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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인 “보롬코지”  135



                             부양식:    보롬코지가 갖고 있었던 운동가, 활동가적 성격들을 작가 정신을 가진 전문가 집단으로 발전적 해체를 하자는 의견에
                                     서로가 다 동의를 했었던 거거든요. 그렇지만 그 지향점, 미술의 민주화라는 방향은 선명하게 부각시켜서 활동
                                     했었습니다. 그게 절실히 필요하다, 현시점에도. 미술의 민주화라는 것 또는 민화의 시대를 다시 연다는 것은 보롬코지가
                                     꿈꿨던 최후에 목표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 목표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이종후:    미술의 민주화라면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것 같아요. 소통 방식의 민주화, 조형의 보편화 그 중에서도 선생님께서

                                     꿈꿨던 민화, 미술이 실생활 안으로 들어간 소통의 민주화가 가장 큰 지점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부양식:    그렇죠. 그때 같은 경우에는 순수미술과 민중미술의 간격이 상당히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넘나들고 아우르는
                                     방식, 단체라든지 이런 것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서로가 의식을 했죠. 순수미술 쪽은 우리도 사회적인 이슈를
                                     표현해보자 생각했을 거고, 운동가 집단 내에서는 우리가 너무 사회 변화를 쫓아가다 보니까 작가적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이런 것들이 있었거든요. 방금 말씀하셨던 사람들과의 소통, 이게 제일 큰 목표였어요. 우리가 새마을운동
                                     당시에 초가집도 없앨 때, 가가호호 민화가 없는 집이 없었어요. 그럴 정도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림을 자기들 생활
                                     곳곳에 두면서 살았던 것이죠. 병풍 없는 집 없잖아요. 지금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르죠. 민화의 시대 당시 분위기들을
                                     만드는 거, 이 부분은 제가 주장하는 바인데,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없었던 그런 시대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는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어떻게든 다가가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몬드리안이 예술의 소멸 시대를 얘기
                                     했어요. 나는 이걸 해석하기를, 모든 사람이 예술을 하는 시대. 예술을 하든지 아니면 그것을 감상하고 즐기든지 간에
                                     이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나름대로 반추를 해보니까 ‘나는 작가인가 활동가인가?’ 스스로 질문해 봤을 때 활동가적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2018년도부터 4·3 그림부터 시작해서 그림을 차에 싣고 마을마다, 거리마다 갖고 다니면서 전시를 3년 째,
                                     세 번에 걸쳐서 했어요. 올해도 하려고 했는데, 지금 코로나19가 가장 큰 문제고 그 다음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사람도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해요.


                             이종후:    그 당시의 미시적인 얘기 많이 해주셔서 궁금했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이제 제주미술은 굉장히 다변화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향후 제주미술에 대해서 후배 혹은 동시대 작가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부양식:    자기 안에 견고한 틀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서로 얘기하고 같이 전시하는 구조들이 점점 없어져서
                                     그런 것인지, 제주미술제나 4·3미술제 같은 경우 더 많은 작가들이 참여해서 작품 얘기부터 시작해서 사는 얘기도 좋고
                                     이런 대화들이 충분히 오갈 수 있는 장들을 많이 만들면 좋겠어요. 한시적이더라도 사안에 따라서 모여서 전시하고,
                                     의견을 나누고 이런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기획자들이 좀 필요한 것 같고, 제주도에서 가장 아쉬운 게 평론가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여러 가지 피드백을
                                     받으면서 작가들이 방향성을 다듬고 더 나은 작업을 하고 작품들을 생산해내고요. 세계 미술이라는 게 꼭 프랑스 파리나
                                     뉴욕에서만 벌어지나요? 사실은 지역이잖아요. 마치 세계를 다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제주도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런 것들을 서로 이끌어내고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면 제주미술, 한국미술이 세계에 그렇게
                                     비춰질 수 있지 않을까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를 위해서는 기획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미협과 탐미협 두 축이 있지만, 그 외에도 신선하고 생산적인 작가 집단들이 생겨나고 서로가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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