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제주미술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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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인 “산남회” 161
오승익: 서귀포 미술협회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필요한 건데, 서귀포 미술인들이 혜택을 받거나 아니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해요. 사단법인이어야 돼요. 법인이 없으면 힘도 없고, 발언권도 없죠. 법인단체가 필요했는데 문제는 미협을 만들고자
할 때 첫 번째 인원수가 채워져야 돼요. 그리고 주변 지부에서 인정을 해줘야 되고, 지회에서 통과시켜줘야 돼요. 지부 하나
만드는데 그렇게 까다롭더라고요. 그런데 산남 회원들이 전부 다 미협 제주도지회 회원이니까, 서귀포 미협을 만드는데 당장
역할을 맡아서 한 거죠. 서귀포 미협이 생기면서 산남 동인은 2기를 맞이했죠. 활동이 어떻게 변했느냐 하면 미협 회원의
기준이 전시 3회인가 5회 이상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서귀포 사람들은 그렇게 전시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산남에 가입
해서 활동하면 미협에도 가입할 수 있는 자격도 갖춰지는 거죠.
이종후: 그러면 산남회 소속이면서 서귀포 미협 소속이기도 한 작가들이 꽤 있겠네요?
오승익: 대부분이요. 지금 산남이면서 서귀포 미협에 안된 사람 저밖에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산남회와 서귀포 미협은 또 다르다고
생각하고, 서귀포 미협과 동행하지만 또 서로 자극을 주는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또 산남전이 활성화되면 필요할
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요.
이종후: 산남회를 계기로 소규모 그룹이나 혹은 거기서 분파가 된 다른 동인들은 따로 없습니까?
오승익: 그게 산남이 갖고 있는 과제였고, 실 중에 하나예요. 동인이라는 게 하나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 생겨야 건전한
경쟁도 하고 서로 배울 것도 있고 자극도 되면서 발전하는데 서귀포에서는 그게 안 된 부분이 좀 있어요. 또 산남회가 서귀포
미협 활동을 하기 위한 코스가 되어버린 부분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데 기회가 부족해요.
산남에 들어가지 않으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사례를 찾아봤더니 제주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역 미술인들이 갖고 있는 단점이더라고요. 경북에 있는 어떤 단체는 타 지역에서 작품 활동을 해요.
하지만 타지역에서도 이방인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이종후: 앞으로 산남회의 과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서귀포에 이주 작가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향후 산남회가 다양한
작가들을 수용해야 산남회의 위상도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향후 제주 미술계에서 산남회가 더 나아갈 방향이라든지,
제주미술계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오승익: 서귀포의 문화예술정책에 산남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는 10~20%가 딱 좋을 거 같거든요. 왜냐하면 서귀포 미협이
있기 때문에요. 미협에서 책임을 갖고 역할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국적으로 동인 자체가 많이 없어져가는
추세고, 심지어는 단체 이익을 얻기 위해 세력화 되는 부분도 있어요. 산남이 추구했던 처음의 정신하고는 어긋난다고 봐요.
새로운 후배들이 생겨날 수 있는 걸 막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산남회가 약간 주춤한 상태인데, 15년 전 것을
반복할 때도 있고 작품도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고요. 새로운 기운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울의 동인들을 보면 20~30대 때
들어왔던 사람들이 50~60대 되고 안정적인 환경이 되니까 이 양반들이 거금을 내놓더라고요. 거금으로 조직을 탄탄하게 해서
전국적인 활동을 한다든가 심지어 해외 전시도 하더라고요. 그런 방향으로 산남회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