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제주미술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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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  2020 제주미술제  ‘동인의 창립과 모색’







            INTERVIEW






            양경식 작가



            일시  2020. 09. 29     장소  제주교대 연구실     대담자  이종후, 윤기혁

































            이종후:    선생님께서는 돌멩이회의 창립 멤버는 아니지만 시상청년작가회, 시상작가회로 확장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참여를
                    하셨지요. 최초 추구하던 이상들에 변화가 있었습니까?

            양경식:    돌멩이회는 1978년도 8월에 창립했고, 당시 호수다방에서 전시를 했어요. 당시 다방이란 공간은 예술적 감성들을
                    창조하고 배설하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창립전 이후로 다방 전시가 약 5년 동안 지속이 된 걸로
                    알고 있고요. 이후 미술관이라는 명칭을 지닌 공간으로 이동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남양미술회관, 동인
                    미술관, 세종미술관 등의 공간들이죠.
                      1982년도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남양미술회관에서 시상청년작가회 전시를 관람했었는데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당시 김성찬 작가의 작품,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가로로 길고 배경이 까맣게 페인팅된 것이었는데, 군데
                    군데 일정한 간격으로 4~5cm 정도를 반복적으로 찢어 놓은 거예요. 마치 어떤 행위의 과정을 유추해 보라는 듯한
                    결과물이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심정에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풍경화, 인물화, 정물화 등을
                    그리는 것이 당연시되던 그 시절에 구체적인 형태가 그려져 있지 않은 그 블랙 캔버스. 더군다나 캔버스를 찢는 미술
                    행위들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요즘 언어로 그야말로 ‘심쿵’ 한거죠. 상당히 오래전 일이에요.
                      물론 성인이 된 우리는 1950년대에 이미 캔버스에 구멍을 낸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를 알고
                    있지요. 하지만 당시 김성찬 작가가 과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루치오 폰타나의 작업을 알고 있었을까요? 설령
                    알았더라도 루치오 폰타나의 개념을 변환해서 그 결과물을 제주에서 선보였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 현대미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그 중에서도 섬으로 고립되어 있는 제주에서 이런 작업들이
                    나왔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예처럼 각자의 색깔을 내면서 지속적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상작가회의 구성원들이 단체의
                    위상을 정립했다고 봅니다. 그런 시상을 사람들이 유심히 들여다보도록 만든 자양분이 아니었나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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