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제주미술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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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 2020 제주미술제 ‘동인의 창립과 모색’
사라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뜨왈은 굉장히 오래도록 지속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부분도 여성성의 발현이 아닌가
합니다.
김연숙: 네, 맞아요. 저도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이종후: 어떤 이유일까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김연숙: 올 해 <제주미술제>에 다섯 개의 동인이 참여하는데, 창립 멤버들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에뜨왈이 꾸준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동문이 주는 힘이 있었다고 봅니다. 같이 공유했던 시간과 공간, 같은 선생님과의 추억 등 서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우리를 이끌어주고 모아주는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예전 동력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모색하는 시간들을 갖고 있는데, 회의를 할 때면 늘 삼천포로 많이 빠져요. 전시 주제를
뭘로 할까 하다가도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맞다, 맞다’하면서 대화를 나누며 공감을 하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기도 해요.
그리고 어떤 주제가 정해졌다고 해도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새롭게 나아가기도 하는데, 그런 유연성이 모임을 지속되게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너무 경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생각을 따라 방향을 전환하기도 하고요.
또 어떤 끈끈함이 있잖아요. 어떤 자매애랄까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좀 더 지속될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하나의 이슈를
중심으로 모여진 동인이라면 그 이슈가 사라져버리면 동인이 해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는 어떤 이슈가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모임이기 때문에 오히려 길게 지속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또 역량있는 후배들이 같이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열정 있는 친구들이 새로이 들어오면 없던 열정도 생기고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그런 힘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종후: 선배님들께서 젊은 감각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요.
김연숙: 그런 부분도 있겠죠. 우리는 선배라고 권위 부리거나 하지 않아요. 회장, 부회장도 돌아가면서 하고, 수평적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하는데 후배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요.
이종후: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에뜨왈 동인에 가입할 수 있는 기준이 있습니까? 에뜨왈이 38년 차가 됐는데 지금도 신성여고의 미술부가
존재할 것이고, 미술부를 통해서 후배들이 계속 배출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김연숙: 미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앞으로 지속할 의지가 있다면 동인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예전에 어떤 선생님께서
‘너무 폐쇄적인 집단 아니냐’, ‘왜 동문끼리만 활동 하느냐’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들에게 폐쇄적이라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원하는 대로 또 모이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는 우리들 대로 에너지를 발휘하고, 또 다른 에너지가 존재하고, 그런
점들이 많아지고 모일 수 있다면 시너지가 더 나겠죠. 동인의 긍정적인 면을 포용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개인들의 시대고, 각자가 파편화 되어 있어요. 이슈가 있으면 기획을 하면 되요. 굳이 동인
소속이 아니더라도 기획자가 어떤 이슈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그런 시대잖아요. 동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들은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 것 같은데요?
이종후: 답변해주신 내용이 마지막 질문과 연결이 될 것 같은데요, 과거 7~80년대에는 동인의 시대였지만 2000년 이후 현대에는
개인들이 훨씬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동인의 시대는 지났다고 볼 수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인만의 유효한
장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연숙: 동인의 시대는 갔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다독여주고 응원해주는 그런 무언가가 있어야 될 거 같아요. 미술인
으로서 살아가는게 녹록치가 않다는 것 다 아실테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어주는 무언가가 필요하죠. <제주미술제>도
미술인들의 축제가 되었을 때는 동인이 가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모여서 서로 힘이 되자’라는 어떤 에너지가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꼭 동인을 결성하지 않더라도 기회가 되어 모였을 때는 서로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분위기, 그런
것들을 만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