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제주미술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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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2020 제주미술제  ‘동인의 창립과 모색’



            홍진숙:    고선생님은 미술 이론 수업을 많이 해 주셨는데, 저는 수업을 듣는 게 너무 좋더라구요.초현실주의, 다다, 이런 걸 얘기해 주니까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서도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나요. 또 미술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예술 보다는 사람이 먼저 되라.’ 그런 얘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어떻게 사람이 될까?’ 그런 생각들을 했었어요. 저한테는 마음의 이정표가 되었죠.

            이종후:    당시에 에뜨왈이 결성된 이후에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모임들이 생겨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뜨왈이 선두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후에 다른 학교의 모임들이 생겨난 것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홍진숙:    제주여고에는 한우리회가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저는 육지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제주 내려왔을 때 인상
                    깊었던 미술 동인들은 제주대학교에 있었던 보롬코지 그리고 시상청년회 또 관점 같은 경우 굉장히 굵직했고요. 그런 동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종후:    에뜨왈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단순한 동문 모임이였는데, 이후 여성 미술인으로서 정체성 찾기와 자각 등이 이루어졌다고 보여집니다.
                    혹시 계기가 있습니까?


            홍진숙:    7회 때 세종미술관에서 81학번 고경희, 김연숙, 홍진숙 세 명만 전시를 하게 되요. 초기에는 8명이 했다가 점차 일부가 육지로 이주
                    하거나 외국으로 나가서 세 명만 남으니까 ‘이번 전시 후에 에뜨왈이 없어지나’ 했어요. 그런데 회의에서 ‘신입을 영입하자’ 했고, 다
                    음 해인 1990년에는 김선영, 김성현, 현경희 이런 분들을 영입해서 같이 전시를 했어요.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그냥 모여서 잡담
                    겸 미술 스터디겸 회의를 했어요. 그렇게 만나서 ‘2년에 한 번씩 기획전을 해 보자!’ 결정했고, 에뜨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가를 초
                    대해서 다양한 기획을 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이종후:   특히 인상 깊었던 전시가 있습니까?


            홍진숙:    아무래도 <여성의 삶과 현실전>(1994). 여성주의를 표방한 큰 규모의 전시였죠. 이때 여러 강사분들 오셔서 여성주의에 대한 세미나를
                    했는데 엄혁(미술평론가), 하순애(철학박사) 선생님 등이 오셨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그 당시 제주도에서 이 전시를
                    할 수 있었던 배경 중에 하나는 서울에서도 여성주의 미술 활동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한 번 기획해보자’
                    했고 연장선에서 <여성이라는 프리즘-신문 보기>(1996) 등 기획전을 다양하게 했었어요.

            이종후:   기획은 에뜨왈 회원들끼리 모여서 했습니까?


            홍진숙:    에뜨왈이 먼저 제안을 하지만, <여성의 삶과 현실전> 같은 규모가 있는 전시를 할 때는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만들고 에뜨왈 외 작가
                    들 하고도 소통을 많이 하면서 진행했어요.

            이종후:   제주여성미술제에 대해서도 말씀을 좀 해주세요.


            홍진숙:    제주문화예술진흥원 기획 초대전으로 <생명의 소리>(2000)라는 여성미술제를 개최 했었어요. 여러가지 퍼포먼스 그리고 세미나도
                    하고 그랬었는데… 제주도 내에 있는 다양한 여성 작가들을 초대해서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미술을 하는 사람으
                    로서, 생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같이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의미 있는 전시였다고 생각을 하고요.
                        이것 뿐만 아니라 <제주 깃발 미술제>(2002)라든가, <제주 가나다>(2004)라는 그림책 원화 전시도 했었고요. <제주 가나다>는
                    에뜨왈 회원들이 그림을 그리고 제주 그림책 연구회가 글을 써서, 기역에서부터 히읗까지 가나다 순서로 제주를 소재로 그림책을
                    만든 거예요. 이후 도서관에서 원화 전시도 했었고요. <깃발 미술제>는 제주도 문예회관 뿐 아니라 밖에, 야외에도 전시를 했어요,
                    깃발로. 그리고 <성性-성聖?>이라는 전시에서는 왜 에뜨왈은 여성만 초대를 하느냐, 성에 대해서 남성들도 같이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다양한 작가 분들을 초대했어요. 이왈종 선생님, 이원호 선생님, 이용찬 선생님, 오승익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을 같이
                    초대해서 재미있게 전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종후:    초기 에뜨왈은 한정된 공간에서 회원 중심의 활동을 했는데, 이후 현재까지 제주 미술계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많은 호응과 더불어
                    외연을 넓혀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인 운영은 여전히 신성여고 동문으로 한정되어 있습니까?

            홍진숙:    에뜨왈은 회원이 많지 않아요. 열두 명 정도 밖에 안 되고, 매달 회의를 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확장을 해 보려고 논의도
                    했었는데, 우리끼리 분위기가 좋아서 이대로 유지를 하되 기획전 등 연대가 필요할 때에는 동인 외 작가분들과도 같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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