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제주미술제 2020
P. 152
제주동인 “산남회” 155
박재윤: <동행전>에 대해 알고 계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고순철: <동행전>은 제가 1학년 때 였던 것 같아요. 서귀포에 거주하는 작가군으로 구성된 전시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이후에
와해도 됐다가 다시 또 꾸려지고, 이런 게 반복이 되더라고요.
박재윤: 그러면 산남회에서 서귀포 미술협회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고순철: 예,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박재윤: 그 당시 산남회가 추구하고 싶었던 조형적인 가치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고순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다 젊었거든요. 20대, 30대 젊은 친구들이다 보니까 미래적인 방향을 제시하면서 어떻게 작업을 해 나갈
것인가 더 고민했던 것 같아요. 늘 만나기도 하고, 술자리도 같이 했죠. 후배들 입장에서는 선배의 얘기를 들으면서 방향을
잡기도 하고요. 선후배 간의 관계가 돈독한 부분들이 있었죠.
박재윤: 선생님께서 산남회 활동을 하실 때 어떤 주제로 작업을 하셨나요?
고순철: 거의 풍경이죠. 제가 대학생 때는 그랬어요. 제주의 환경을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주의 자연, 해녀 작업도 했었어요. 어머니가
해녀시기도 해서 테왁, 물질하는 풍경 이런 작업으로 시작을 하다가 차츰 눈을 돌린 게 한라산이었어요. 풍경스케치를 자주
다녔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김택화 교수님께서 항상 저희하고 밖에 나가서 작업을 하셨어요. 지금까지도 그러한 작업들이
계속 이어지지만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박재윤: 서귀포 지역이 워낙 풍경이 아름다우니까 작품에 많이 연결된 느낌이 드네요. 다시 산남회의 역사 이야기로 돌아오면,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산남회가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었을까요? 지금은 산남회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 않잖아요. 그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고순철: 2016년이 마지막 전시였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안타깝죠. 전시 예산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전시 개최가 어려워지고, 또 회원들이
각자의 작업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회원들 간에 단체 활동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단체로 움직이는 것은 많이 없어졌다가 또 생기고 반복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개인전
하는 젊은 작가들이 많잖아요. 그전엔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번 개인전 하려면 비용이나 품이 드는 부분이 많은데 지금은 그나마
행정적으로 지원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젊은 작가들이 스스로 작품 세계를 빨리빨리 찾아가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다 보니 개인전을 여는 것에 크게 부담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재윤: 마지막 질문인데요. 제주 미술의 향후 방향,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고순철: 딱 한 마디인 거 같습니다. 처음 시작은 정말 힘들어요. 힘든데 끝까지 붓을 놓지 않는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항상
고비는 있기 때문에 내가 그걸 이겨낸다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지금 코로나 시기도 겪고 있지만
언제가 없어질 것이고, 그런 희망을 항상 품고 작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재윤: 말씀하신 대로 서귀포 지역이 문화적으로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게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도 산남회 같이 역사가 있는 단체가
있어야 젊은 작가들도 계속 작업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고순철: 그렇죠. 창립 당시 젊은 작가들이 고민을 하다 보니 큰 포부를 갖고 뭉치기도 하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들이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젊은 작가들이 여기 산남 쪽에 와서 기획과 작품들을 펼쳐주었으면 하는게 항상 바람이죠. 제주시에는
제주미술제가 있는데, 서귀포 내에서도 서귀포 미술제를 만들고 싶어요. 서귀포 미술제는 4회까지 했는데 다시 개최할 수
있도록 행정 쪽으로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내년에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나아지면 좋은 기획 의도를 갖고 서귀포에서
전시를 개최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재윤: 한가지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서귀포에는 이주해 온 작가들이 훨씬 더 많은 거 같아요. 워낙 풍광이 좋잖아요. 그래서
선생님들과 같이 신구의 조화 같은 느낌으로 전시가 많이 추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저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