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제주미술제 2020
P. 40
제주동인 “관점” 043
INTERVIEW
백광익 작가
일시 2020. 09. 14 장소 백광익 작가 작업실 대담자 이종후
이종후: 선생님께서 관점 동인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고 당시 분위기를 가장 잘 기억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점
동인의 창립 계기와 당시 전시장 분위기, 그리고 제주 미술계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백광익: 제주도는 문화 예술의 변방, 특히 미술 쪽에서는 불모지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제주 도민들 중 예술 관련 일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육지로 가서 배우는 처지였는데요. 1973년도에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가 태동되면서 굳이
육지로 올라갈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아카데미라는 게 보통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만 배운다, 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입니다. 당시 재학생 중에서도 현대미술, 추상이라는 것을 갈망하는 세대가 있었어요. 1969년도에 강광
선생님이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오시면서 바로 현대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서서히 해소하게 되었어요. 강광 선생님을
중심으로 젊은 학생들이 모였고 그걸 계기로 움튼 것이 있었어요. 그게 바로 관점이 태동하는 계기입니다. 그림을
있는 그대로 사생할 것이 아니라 그 대상에서 얻은 이미지를 가지고 무언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한번 해보자. 우리도
색다른 그림을 그려보자. 반기를 든 젊은 학생들이 만든 모임이 바로 관점이에요. 낱말 뜻 그대로, 보는 관점입니다.
보는 주체인 자기 생각을 가져다가 그대로 표현을 하는 거에요.
1976년도에 제주에서 관점이 태동 되면서 추상은 그림이 아니라는 제재를 받습니다. 이제는 역사적인 이야기처럼
되고 있습니다만 팸플릿에 도장을 찍게 된 겁니다. ‘사정에 의해서 불참함’ 이라고.
당시 모든 전시회가 다방에서 이루어졌었는데 우체국 옆의 대호 다방 규모가 굉장히 컸어요. 갤러리 비슷하게 100호
이상도 전시할 수 있는 벽면을 갖고 있었어요. 그 벽면에 보름이면 보름, 일주일이면 일주일, 한 달이면 한 달 일정
기간 작가들이 그림을 계속 로테이션해서 전시했는데 빨간 도장이 찍혀서 전시가 취소되는 불상사가 있었고, 몇몇
동인들만 전시회에 참가하게 된 겁니다.
그것을 계기로 젊은 학생들과 현대미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제주에서도 현대미술, 추상이라고
하는 것이 싹트게 된 겁니다. 이후 대표적인 일로 서울에 제3미술관을 운영하는 황 관장이 제주도에서 관점과 합동
교류전을 하게 됩니다. 그전에는 이런 교류전이 없었어요. 그걸 계기로 시상청년작가회, 부산에 있는 혁이라고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