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제주미술제 2020
P. 42
제주동인 “관점” 045
백광익: 보통 다방 전시회라고 합니다. 전시장으로 알려져 있는 다방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 중 대호다방에서만 벽면에
100호 이상의 작품도 전시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와서 보고 흠칫 놀란 거죠. 작품이 크다, 이런 것도 그림이구나,
했죠.
1983년도인가? 투자신탁이라고 하는 데서 다방에 왔었어요. 제 기억으론 13회 관점 동인 전시회 였는데, 당시 전시한
작품을 모두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한 계기가 됩니다.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들을 자연사박물관에서 소장하려고
했겠어요? 1회 창립에서부터 13년까지 이어져 오는 열정을 관계자 분들이 보고 먼저 제안을 한 거죠. 한사람이
한 점 내지 두 점을 전부 기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후에도 작가들 나름대로 열심히 했겠지만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습니다.
이종후: 관점 동인 활동과 동시에 남부현대미술제 등 다양한 현대미술 동인들이 모이는 외부 행사도 함께 진행이 된 것이죠?
백광익: 당시에는 계속 같이 갔죠. 관점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었어요.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만 제주도의 관점, 부산의 혁,
광주의 에포크 세 개의 단체가 중심이 되어서 올해 36회 전시를 했습니다. 중반까지는 세 개 동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같이 했죠. 그 때 남부현대미술협회를 태동시킨 그 지역의 원로들이 다 돌아가셨고, 이제 광주 에포크의 김정일
교수와 저만 남아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당시 우리가 했던 ‘보는 관점’의 정신이 남부현대미술협회에 주입이 되지
않았나 하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종후: 선생님들이 관점 동인을 처음 만들어냈고, 이제 후배들이 이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어느 순간 활동이 멈춰
졌는데, 그 속사정을 알고 계십니까?
백광익: 그 속사정은 아픔인데, 사람의 아픈 것은 치유가 잘 안되고 이렇게 입에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관점’이 살아있고, 저는 해체했다고 얘기 안합니다. 언젠가는 다시 부활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맥을 잇지 못한 것
에 부끄러워서 할 말이 없습니다. 단지 이어져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종후: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제주 미술을 풍요롭게 만드셨는데요. 현재는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편리하고 풍요로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선생님께서 후배 작가들에게 또는 제주 미술계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백광익: 풍요롭다는 것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기타 외부 환경을 탓할 게 없죠. 그냥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면 돼요.
<제주미술제>도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나, 서로 탓하거나 패 나누지 않고 그저 제주도가 예술의 불모지이니 우리가
똘똘 뭉치자, 이념없이, 어느 날을 정해서 그림 그리는 양반들이 모여서 1년에 한 번씩 작품을 완성하고, 어떤 비
전도 제시하자는 거죠.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본인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겁니다. 후배들은 솔선수범하는 선배들의 모양을 보면
다 압니다. 옛날처럼 강요하는 게 아니고, 강요한다고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우선 자기가 먼저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후배들도 다음 후배들한테 존경받는 그런 시대가 도래하지 않겠나 싶어요. 바로 이러한 것들이 우리 제주도
미술을 더 밝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절대 너네 패밀리, 우리 패밀리 나누지
마라. 그냥 그대로 보는 관점대로 놀면 됩니다.